여러분은 만남이 쉽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별이 쉽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만남이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죠. 과학적으로 처음 상대방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단 7초라 합니다. 또, 미 캔사스대 연구진 조사에 따르면 친구가 되기 위한 시간은 40~60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별은 어떨까요?
정신과에서는 자신에게 중요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 고통을 애도라고 하는데요. 이 애도반응은 보통 6개월 내지 1년이 걸리며, 어떤 느낌이나 생각들은 1년에서 2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만남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이별을 받아들이는데 사용되는 시간 자체가 더 길다는 점에서 이별은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보다 대부분은 어떻게 새로운 만남을 추구할지, 새롭게 만난 사람과 어떻게 더 가까워질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만남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것, 그리고 연인을 만드는 것이 과거에 비해 그렇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죠. 새로운 사람을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한 콘텐츠도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쏟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 사람과 멀어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해는 다루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별 후 잘 지내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만연하죠.
저는, 이별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아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할 수많은 이별을 지혜롭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제 경험과 더불어, 이별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별에 대해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번의 이별>
우선 저는 작년에 3번의 큰 이별을 겪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사귄 첫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 가장 친하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오랫동안 아팠던 사촌 동생을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2살 때 저는 처음으로 이별을 겪었습니다. 이 이별들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친구들과 다른 대학교에 가면서 자주 못 보게 되는 이별과는 차원이 다른 이별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중요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인 고통인 애도를 처음으로 경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애도’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인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극심한 우울감에 내가 우울증에 걸린건가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친한 친구를 잃었을 당시 미국 교환학생 생활 중이었는데,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는 제 자신이 밉고,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싶어서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장례식장에 방문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락을 밤새 돌렸었습니다.
그러나 제 자신에 대해서는 돌보지 못했습니다. 처음 겪는 감정이 혼란스러웠고,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며 주위에 부정적인 감정을 전하고 싶지 않아 일주일은 거의 잠도 못 자고, 밥 먹는 것도 죄책감이 느껴졌습니다.
<애도의 4단계>
그러다가 제가 알게 된 것은 애도의 4단계라는 영국 정신과의사 볼비의 이론이었습니다. 이별에 대한 나의 우울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찾아보다가 한 ebs 강연에서 접하게 된 이론인데요. 의미 있는 애정 대상을 상실한 후에 따라오는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정신과정이 그가 말하는 애도입니다. 가장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지만, 이외에도 연인과 헤어지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자녀가 성장하여 집을 떠나는 등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일컫습니다. 그 4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충격을 받고 무감각해지는 시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를 부인하면서 분노가 치미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감각이 멍해져서 넋을 놓고 지내기도 합니다. 헤어짐이 갑작스러웠던 경우 이 시기는 더 길고,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면 이미 경험했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고 되찾고 싶어서 찾아 헤매는 단계입니다. 그 사람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을 찾아 헤매거나, 헤어진 연인이라면 연락을 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 생각에 몇 일 밤을 새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좌절감, 분노, 슬픔을 크게 느낍니다.
셋째,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우울, 절망감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들고, 만사가 귀찮고, 우울, 불면, 식욕저하 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넷째, 점차 자신의 생활을 회복하면서 자신을 추스리는 단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슬프지만 함께 있었던 기쁨도 느낄 수 있고 덤덤해지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모든 이별에서 이 4단계를 그대로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더 이상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여전히 제 곁에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 다음에는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사진을 찾아보거나 꿈에라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 우울, 불면, 식욕저하를 겪고 있을 찰나 이 이론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결국 슬프지만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며 다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마지막 단계라는 점이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애도에서의 상실감이 결국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그 추억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실제로 지금은 4단계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이 모든 과정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볼비 박사는 애도의 지배적인 기분은 고통스러운 것이고, 이러한 기분은 외부 세계에 대한 흥미의 상실, 상실한 대상에 관한 기억에의 몰두, 새로운 대상에게 투자할 수 있는 정서적인 능력의 감소 등을 수반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애도는 병리적인 것이 아니며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인은 상실에 적응하고 관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별이 힘든 것은 당연한 것, 중요한 것은 나의 태도>
이외에도 심리학자 레베카 헨드릭스는 이별은 다른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즉, 이별 직후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들 슬픔을 받아들이는 5단계인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 이는 퀴블러-로스 모델에 의한 것으로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슬픔에 대한 반응을 나타냅니다.
애도의 4단계와 마찬가지로, 이별으로 인한 슬픔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이며 우리는 이로부터 결국 이별은 모두에게 아픈 것이고, 결국은 수용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이별과 관련된 지식들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중 애도의 감정이 오래 지속될만큼 힘든 이별을 겪은 사람들도,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이별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20대 초중반들에게 이별은 당연히 힘든 것이고, 결국 이겨낼 수 있는 것이기에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이 발표를 준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삶에서 좋은 만남이 많았던 것 만큼 분명 좋은 이들과 이별하게 되는 경우 또한 많을 것 입니다.
이별에 대한 고민을 한 사람들에게 관계는 더욱 소중해질 것이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별에 대한 공부, 즉 이별 후 나의 반응에 대해 파악한 사람은 이별에 대해 충분히 슬퍼하고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며칠 전, 할머니께서 기억력이 많이 안 좋아지신 것 같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별에 대해 공부한 이후 저는 할머니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드리고, 후회없이 사랑을 표현하고자 합니다.